영화는 현실과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다. 영화는 현실을 바탕으로 재구성하고, 영화의 상상력은 종종 곧 현실이 된다. 요즘 들어 영화는 자주 ‘종말’이라는 소재를 택한다. 인간은 이성보다 본능의 감지가 더 빠르기 마련이다. 과학자보다 예술가들이 더 빠르게 인류의 종말을 예감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내어놓는 영화 ‘2012(2009년 제작, 존 쿠삭 주연)’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비주얼(visual)로 인류 종말을 선언한다.

종말에 대해서 논할 때면 늘 성경 안에 담긴 메타포들이 즐겨 사용된다. 영화 ‘2012’ 역시도 그렇다. 그러나 성경의 가르침에 충실하지는 않는다. 그저 감독 자신의 상상력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서 성경을 이용할 뿐이다. 이 때 최고의 권위는 성경에 있는 것이 아니고, 감독의 상상력에 있다. 상상력이 성경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이 감독의 상상력의 구미에 맞게 종속되어진다.

영화 ‘2012’는 감독의 상상력으로 창조된 ‘현대판 노아의 방주’이다. 2012년 12월 21일, 예고대로 지진, 화산 폭발, 거대한 해일 등으로 온 세계는 최후의 날을 맞이한다. 그리하여 온 세상은 다 물에 잠기게 된다. 이와 같은 인류 멸망을 대비해 정부는 ‘배’를 만들었다. 그 안에는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자들이 아닌, 인류를 계속 보존해 나갈만한 뛰어난 과학자, 정치인, 큰 액수의 돈다발을 지불한 갑부들, 그리고 초대되지 않는 손님인 노아의 가족들(주인공 잭슨 커티슨(존 쿠삭)의 아들 이름이 ‘노아’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만이 탄다. 온 인류가 다 물에 쓸려버리지만, 그 배 안에 있는 사람은 살아남게 된다. 이와 같이 감독에 의해 재구성된 ‘현대판 노아의 방주’에서는 하나님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닌, 인본주의의 승리이며 과학의 승리이다.

영화 ‘2012’가 보여주는 종말에 관한 시나리오는 대중들에게 재미를 주는 것을 넘어서서 성경의 자리를 대신하고자 한다. 성경을 옆으로 밀어내고, 각색한 새로운 이야기로, 스크린이라는 영향력 있는 매체를 통해 새로운 종말관을 현대인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재구성된 이야기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은 없고, 오직 인간의 능력을 통한 구원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이 시대의 문화를 분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이 너무 화려하고, 달콤하며 재미있게 우리에게 접근하며 진리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이를 분별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을 헛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http://club.cyworld.com/ClubV1/Home.cy/52298394 <신학과 문화>라는 싸이 클럽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글의 저자는 저의 국제신학대학원의 후배이기도 합니다. 글의 저자는 박명호 전도사입니다.